금융감독원이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와 제보, 민원, 불법금융광고 등 약 38만 건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사건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는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피해자들이 서로 다른 시기와 경로로 신고하면 같은 조직의 범행도 별개의 사건으로 다뤄지기 쉬웠습니다. 금감원은 쌓여 있던 정보를 함께 분석해 여러 신고에 반복해서 나타나는 조직과 범행 양상을 파악하려고 이 체계를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분석 결과, 한 조직이 여러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을 이어 온 사례가 다수 확인됐습니다. 금감원은 지난 3월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던 ‘이실장’ 조직을 다시 살펴 피해 사례가 당시 파악한 규모의 두 배를 넘는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개별 신고만으로는 따로 보였던 사례가 하나의 조직과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다만 금감원은 기사에서 분석에 사용한 구체적인 AI 모델이나 사건을 연결하는 기준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등록 대부업체도 조사 대상
이번 분석에서는 등록 대부업체가 불법 영업에 가담한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일부 업체가 여러 피해 신고와 불법광고에 반복해서 등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식 등록 여부와 별개로 불법 사채 영업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살펴볼 단서가 나온 셈입니다. 금감원은 대부업법 위반 소지가 큰 등록업체 수십 곳을 추려 피해자 면담과 현장 기동점검에 나서고, 관계기관과 함께 단속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점검과 단속 계획이며, 업체의 위법 사실이 확정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금감원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업체와 광고의 흔적을 분석해 수작업으로는 찾기 어려웠던 패턴을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고와 광고를 함께 살피면 피해자 한 명의 민원에만 나타나지 않는 연결 관계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분석체계가 어떤 항목을 비교했는지, 조사 대상 업체가 몇 곳인지 등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포착된 정황은 추가 면담과 현장 점검을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분석에서 현장 대응으로
금감원은 자체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도입해 분석체계를 더 고도화할 계획입니다. LLM은 글을 읽고 처리하는 AI의 한 종류입니다. 또 국회에서 논의 중인 민생특별사법경찰이 도입되면 분석 결과를 현장에 적용해 개별 피해 건을 넘어 조직 전체를 겨냥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특별사법경찰 도입은 아직 논의 단계이므로, 실제로 언제 어떤 방식으로 현장에 적용될지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체계의 핵심은 새 신고를 따로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거에 접수된 신고와 제보, 민원, 광고 정보까지 모아 다시 살펴보는 데 있습니다. ‘이실장’ 사례처럼 기존 소비자경보 이후에도 피해 사례가 더 확인될 수 있다는 점은, 신고가 분산되면 조직의 활동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금감원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습니다. 금감원은 분석으로 추린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와 단속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왜 중요한가
불법사금융 피해자는 각자 신고했더라도, 금감원이 과거 신고와 광고 정보를 함께 살펴 같은 조직의 다른 피해 사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등록업체가 조사 대상에 포함됐지만, 현재 확인된 것은 위법 확정이 아니라 정황이며 실제 단속 결과는 아직 나와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