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모건스탠리와 블랙스톤이 앤트로픽의 인공지능 컴퓨팅 장비 확보를 위해 630억달러 규모의 금융 거래를 공개했다. 4개 금융사는 26일(현지시간) 공동 발표를 통해 거래 계획을 알렸다. 약 83조원에 해당하는 자금은 브로드컴의 AI 가속기와 네트워킹 장비를 구매하는 데 쓰인다.
장비를 앤트로픽이 직접 사들이는 대신, 특수목적법인(SPV)이 장비를 매입해 앤트로픽에 임대한다. 특수목적법인은 특정 거래를 위해 세우는 별도 법인이다. 이 구조라면 앤트로픽은 장비를 구매할 때 필요한 초기 자금을 모두 마련하지 않고도, 임대 방식으로 컴퓨팅 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임대료나 계약 기간은 공개되지 않았다.
금융사별 역할은 대출 순위에 따라 나뉜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모건스탠리는 선순위 담보 대출을 주선한다. 로이터가 전한 대출 규모는 약 435억달러로 전체 금융 조달액의 69%다. 블랙스톤은 후순위 성격인 2순위 담보 대출 가운데 약정된 부분을 맡는다.
장비 가치 하락 위험은 누가 부담하나?
선순위 대출은 상환 순서가 앞서고 담보에 대한 우선권이 있다. 브로드컴은 이 선순위 대출 규모에 해당하는 장비의 잔존가치를 보전하기로 했다. 장비 가격이나 가치가 떨어질 경우 대출 기관의 위험을 낮추는 장치다. 하지만 브로드컴이 어떤 조건으로 얼마까지 보전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거래에서 브로드컴은 단순한 장비 공급업체에 그치지 않는다. 장비를 공급하는 동시에 잔존가치 보전도 제공해 금융 거래를 뒷받침한다.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는 AI 컴퓨팅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이번 거래가 그 성장에 필요한 자금이 마련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는 브로드컴의 설명이며, 발표에는 대출 금리나 상환 일정이 담기지 않았다.
2027년부터 장비 공급 예정
이번 금융 거래는 브로드컴과 앤트로픽이 앞서 맺은 전략적 컴퓨팅 용량 확보 계약을 바탕으로 한다. 장비 공급은 2027년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그러므로 630억달러 거래 발표가 곧 장비 공급이나 컴퓨팅 용량 이용의 시작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공급이 시작되는 시점은 발표된 계획상 2027년이다.
이 거래와 별도로, 아폴로와 블랙스톤은 앞선 계약에서 앤트로픽의 컴퓨팅 용량 확대를 위해 35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두 금액은 각각 이번 브로드컴 장비 구매·임대 금융과 앞선 지원 약정에 관한 수치다. 발표문은 두 거래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 자금이 서로 겹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금융 거래가 공개된 날은 앤트로픽이 기업공개(IPO)를 위한 상장 신청서를 공개한 날이기도 하다. 다만 발표 내용만으로는 이번 장비 금융이 IPO 일정이나 상장 여부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없다. AI 인프라 금융에 대한 다른 사례로, 엔비디아는 블랙스톤을 포함한 6개 대형 금융사와 AI 인프라에 5000억달러 이상을 동원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수치는 이번 앤트로픽 거래와는 별개의 계획이다.
왜 중요한가
앤트로픽은 장비를 일괄 구매하는 대신 임대해 초기 자금 부담을 줄이면서 컴퓨팅 용량을 늘릴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 다만 임대료와 계약 기간, 실제 공급 규모가 공개되지 않아 고객이 체감할 서비스 변화나 비용은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