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AI 평가업체 Robocurve는 2026년 11월 1일, 서로 격리된 AI 모델 두 개가 로봇 팔과 카메라만으로 비밀 단어를 주고받는 실험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한쪽 모델이 로봇 팔을 움직여 단어를 표현하면, 다른 쪽 모델은 카메라로 동작을 보고 이를 읽었습니다. 두 모델은 같은 종류였지만 직접 대화하지 않았고, 어떤 신호를 쓸지도 미리 정하지 않았습니다.
Robocurve는 실험에서 단어 전체를 정확히 해독한 비율이 90%를 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부 시도에서는 글자 한두 개를 잘못 읽었지만, 단어 전체를 맞힌 경우가 많았다는 뜻입니다. 다만 회사는 전체 실험 횟수나 모델별 성공률, 구체적인 실험 조건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모델마다 다른 신호를 골랐다
영상에 나온 모델들은 서로 다른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Anthropic의 Claude Opus 5.5는 로봇 집게를 여닫으며 종이에 글씨를 썼습니다. OpenAI의 GPT-6 Astra는 짧고 긴 동작을 모스 부호처럼 썼고, GPT-6.1 Sol은 두 팔의 위치와 방향을 조합해 알파벳을 나타냈습니다. Google의 Gemini 4 Argon은 각 문자를 5비트 이진수로 표현했습니다.
공개 영상에는 네 모델이 각각 ‘FRUIT’, ‘GRASS’, ‘MAPLE’, ‘DRESS’를 전달하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이 방식들은 공중 글씨, 모스 부호, 수기 신호, 이진수처럼 이미 알려진 표현법입니다. 따라서 실험은 AI가 새 언어를 발명했다기보다, 서로 약속하지 않아도 익숙한 신호 체계를 골라 전달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격리만으로 막을 수 있을까
Robocurve는 같은 모델이 비슷한 지식과 추론 방식을 공유해 통신 방법도 비슷하게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게임이론의 ‘셸링 포인트’와 맞닿아 있습니다. 서로 대화할 수 없어도 사람들이 공통으로 고를 법한 기준이나 방법을 뜻합니다. Wharton 교수 Ethan Mollick은 이 사례가 AI 에이전트를 서로 격리하기 어려운 이유를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이번 실험에서 AI가 스스로 비밀 통신을 시작하거나 안전장치를 우회한 것은 아닙니다. 연구진이 두 모델에 단어를 전달하라고 지시한 상황이었습니다. 로봇과 카메라 같은 물리적 통로가 정보 전달에 쓰일 수 있다는 점은 확인됐지만, 서로 다른 AI 모델끼리도 통신할 수 있는지와 이런 일이 얼마나 일반적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Robocurve는 다른 모델 조합의 결과와 상세한 실험 자료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왜 중요한가
AI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에게는 문자나 네트워크를 차단해도 카메라에 보이는 움직임이 정보 전달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다만 이 실험은 연구진이 통신을 지시한 조건에서 이뤄졌으며, 실제 AI가 자발적으로 이런 방법을 쓰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