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민주당이 빅테크 기업을 상대로 대규모 조사와 AI 규제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로이터, 블룸버그는 민주당이 내년 1월 의회 운영권을 넘겨받으면 청문회를 열고 기업에 자료를 요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계획이 실행되면 정부와 기술 기업의 관계, AI 개발과 데이터센터 운영이 의회 조사 대상이 된다.
첫 조사 쟁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기업들이 정부 계약이나 정책 결정에서 특혜를 받았는지 여부다. 애플의 이민세관단속국(ICE) 추적 앱 제한, 메타의 데이터센터 관련 지방정부 비밀유지계약,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정부 계약 등이 거론됐다. 일론 머스크가 연방 공무원 감축에 관여한 문제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하원 감독위원장에 오를 예정인 로버트 가르시아 의원은 기업들에 “변호사를 준비하라”고 경고했다.
AI 안전과 전기요금도 다룬다
민주당은 데이터센터 건설이 전기요금을 끌어올리는 것을 막고, 첨단 AI 모델을 독립적으로 안전성 평가하는 법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AI가 피해를 일으켰을 때 개발사의 법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척 슈머 상원의원은 데이터센터의 전력 비용을, 로리 트라한 하원의원은 모델 평가와 기업 책임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오픈AI와 앤트로픽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10월 오픈AI, 앤트로픽, 메타, 구글, 스페이스X 등에 AI 시스템의 보안 관리 방식과 개발자가 의도하지 않은 행동이 발생한 사례를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앞으로 기업 경영진을 청문회에 불러 보안과 안전 대책을 따져보려는 움직임도 있다.
법안 통과와 의회 조사는 별개
엔비디아는 중국에 AI 칩이 밀수되거나 군사적으로 전용되는 일을 막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했는지 조사받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젠슨 황 최고경영자의 의회 출석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H200 칩 중국 수출을 허용한 결정, 중국 관련 스파이 의혹, AI 기업 투자금이 다시 엔비디아 칩 구매로 이어지는 ‘순환 금융’ 구조도 쟁점으로 거론됐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칩의 중국 수출 제한을 법제화하고 해외 판매 반도체의 위치 확인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다만 규제 법안이 실제로 통과될지는 불확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AI 개발을 제한하는 연방 의무 규제에 부정적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이를 뒤집으려면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법안 통과와 달리, 의회 상임위원회는 청문회와 자료 요구, 경영진 소환을 통해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규제 우려와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겹쳤다. 지난 5일 나스닥100은 6.4% 하락했고, 엔비디아 주가는 9% 넘게 떨어졌다.
왜 중요한가
데이터센터 전력 비용을 낮추려는 법안이 추진되면 전기요금 부담을 우려하는 가정과 지역사회에 직접 관련될 수 있다. 다만 법안은 아직 추진 단계여서 실제 요금이나 AI 서비스의 안전·책임 기준이 어떻게 바뀔지는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