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라클에서 임대해 온 AI 컴퓨팅 자원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기존 계약도 갱신하지 않기로 했다. 블룸버그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MS가 최근 몇 달 동안 임대 자원을 차례로 감축했다고 보도했다. 계약을 한꺼번에 끊는 방식이 아니라, 빌려 쓰는 용량을 줄여 가며 정리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MS는 이번 계약 종료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계약은 2023년 체결됐다. MS는 당시 AI 검색 기능을 적용한 빙(Bing)을 지원하기 위해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OCI)를 사용하기로 했다. AI 연산에 필요한 서버가 부족하던 시기에 MS가 경쟁사인 오라클의 인프라까지 빌린 일은 당시 공급난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오라클 서버에 들어간 구형 엔비디아 GPU가 MS의 바뀐 기술 사양과 활용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보도에 따르면 MS가 임대 물량을 줄이고 계약 갱신을 포기한 이유는 AI 서버 수요가 사라져서가 아니라, 해당 장비가 회사의 필요에 맞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GPU 수요가 줄었다는 뜻일까?
오라클은 구형 GPU를 포함해 AI 인프라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지난 9월, 사용한 지 4년 된 GPU의 임대 계약을 기존보다 20% 높은 가격에 갱신했다고 밝혔다. 이 사례는 구형 장비도 다른 고객이나 계약에서는 수요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오라클이 밝힌 계약이 MS의 계약과 같은 장비나 조건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오라클이 구형 GPU 임대료를 올렸다는 사실만으로 MS가 내린 장비 적합성 판단을 반박할 수는 없다.
계약 종료 소식이 전해진 날 오라클 주가는 장중 한때 약 3% 하락했다. 이는 시장의 당일 반응이며, 주가 하락만으로 계약의 규모나 오라클 사업에 미칠 장기 영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보도에는 MS가 임대한 자원의 정확한 양이나 계약 금액, 종료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확인되는 내용은 임대 자원이 최근 몇 달간 줄었고, 기존 계약을 갱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부 공급자를 선별하는 MS
이번 일은 MS가 외부 컴퓨팅 공급자와 맺은 계약을 다시 살피는 흐름 속에서 나왔다. 전날에는 영국의 네오클라우드 업체 엔스케일(Nscale)이 미국 텍사스 데이터센터에서 제공할 추가 컴퓨팅 용량을 확보하는 계약을 MS가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전력망 연결에 필요한 승인이 늦어진 것이 이유로 전해졌다. 다만 기존 엔스케일 계약은 유지된다. 오라클 건은 GPU 사양, 엔스케일 건은 전력 공급 일정이 걸림돌이라는 차이가 있다.
두 사례만 놓고 보면 MS가 외부 클라우드 이용을 일괄적으로 접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회사는 자체 데이터센터와 임대 시설, 외부 사업자와의 협력을 함께 이용하면서 고객 수요에 맞춰 인프라 투자를 조정한다고 밝혔다. 즉, 어떤 공급자를 택할지는 장비 성능뿐 아니라 필요한 시점에 전력과 컴퓨팅 용량을 제공할 수 있는지도 좌우할 수 있다. 다만 MS가 앞으로 자체 시설과 외부 임대 자원 사이의 비중을 어떻게 바꿀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왜 중요한가
AI 서비스를 쓰는 사람에게 이번 소식이 당장 서비스 중단이나 가격 변경을 뜻하지는 않는다. 확인된 것은 MS가 오라클의 구형 GPU와 엔스케일의 전력 공급 일정에 맞춰 계약을 선별하고 있다는 점이며, 고객 서비스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